교회학교 여름 캠프를 시작하며

제가 처음으로 참석했던 교회 수련회는 38년 전 중학교 2학년 때 강원도 홍성에서 진행된 자체 수련회 였습니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교회에서 버스를 대절하거나 교회 봉고차가 있던 시절이 아니어서 기차를 타고 버스를 갈아타면서 솥단지와 텐트를 가지고 가던 시절이었습니다. 강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강가 옆에 대형 천막을 치고 집회를 하고, 그 옆 그늘 막에서는 권사님들이 나무를 떼면서 학생들 식사 준비를 해주셨습니다.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도 없는 텐트에서 진행되었지만 참 은혜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루는 비가 많이 와서 자다 말고 일어나 텐트를 옮겼던 일도 있었습니다. 수련회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천로역정과 캠프파이어였습니다. 담력 체험도 아니지만, 귀신 복장을 하고 갑자기 나타난 물체(선생님)에 ‘사탄아 물러가라!’ 소리도 지르고, 십자가도 지며 예수님의 고난을 느끼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죄를 적은 종이를 남이 볼까 몇 번을 접어서 지고 왔던 십자가에 대못으로 박아놓고 무릎 꿇고 회개기도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비록 환경은 참 열악했지만 솥뚜껑 두드리며 불렀던 그 시절의 복음성가들이 왜 이렇게 그리운지요?

또 한 번 잊을 수 없는 수련회는 대학생 때 제가 교사가 되어 포천의 기도원으로 학생들을 인도해 갔을 때였습니다. 서울 변두리 작은 교회라 대학생인 제가 수련회를 열심히 기획하며 사무처리회에 예산을 올렸는데 반액이 삭감되고 말았습니다. 그날 얼마나 서럽든지, 믿지 않는 가정에서 혼자 교회 나왔던 저로서는 속상해서 집에 와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제가 전도사도 아닌데, 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교회 어른들이 부결시킨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나님께 일렀습니다(?). 할 수 없이 제한된 예산을 가지고 수련회를 시작했는데, 놀라우신 하나님의 은혜로 생각지 않은 집사님들이 오셔서 봉투와 간식을 주고 가셔서 원래 계획했던 예산보다 여유 있게 수련회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저로 하여금 주님의 일은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하는 것임을 배우게 한 것 같습니다.

내일부터 중고등부 수련회을 시작으로 교회학교 캠프가 시작됩니다. 시대와 학생들도 많이 달라졌지만, 변함없는 복음만이 자녀들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여러 부족한 부분들이 있지만, 교회캠프는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고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는 귀한 시간이 됩니다. 그리고 주방에서 수고해 주시는 권사님들과 집사님의 헌신 덕분에 처음 나온 아이들도 교회의 따스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교역자들과 교사, 자녀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후원과 봉사로 동참해 주시길 바랍니다. 폭염 속에서도 시원한 냉수 같은 믿음으로 승리하시길 소망합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문영호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