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야 할 자리

가정교회 목회자 컨퍼런스에 잘 다녀왔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의 사례발표나 특강은 이전보다 더 많은 은혜가 있어 감사했습니다. 무엇보다 20, 30대 싱글들을 위한 ‘에젤축제’에 대한 도전이 컸습니다. 에젤은 ‘돕는 배필’이라는 뜻인데 결혼식 한 주전, 주일 오후에 언약예식을 하는 것입니다. 양가 부모님과 지인들을 초청한 스몰웨딩 형식이지만, 세족식과 은혜로운 언약 의식을 통해 요즘 주례사가 없어지는 풍조 가운데 성경적 결혼의 의미를 생각하는 너무 귀한 시간입니다. 우리 교회도 위즈덤 센터가 완공되면 잘 준비해서 결혼예비학교를 수료한 커플들에게 교회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진행하려고 합니다. 이외도 이번 컨퍼런스에는 삶 공부와 좋은 목회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서로 위로하며 도전받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렇듯 이번 문경 컨퍼런스를 비롯해 지난 제주에서 있었던 성령 세미나의 시간이 너무 귀했지만, 일상에서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일단은 일상의 패턴이 깨져 새벽기도와 사우나를 통한 영성과 몸 관리, 무엇보다 설교 준비에 집중할 수가 없어서 제일 어렵습니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교회를 비우고 외부에 나가 있으면 목양실을 중심으로 한 차분한 일상 속에서 성도들을 만나 식사하고 교제할 수 없어서 아쉽습니다. 무엇보다 급한 심방이나 도움이 필요한 지체들과의 만남을 놓칠 수가 있어 부담이 됩니다. 또, 외부에 있다 보면 평소보다 식사를 더 하거나 돌아와서 해야 할 일들이 쌓여서 심리적 압박감이 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 기간에도 설교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에 일찍 일어나 숙소에서 말씀을 준비해야만 했습니다.

저는 제가 있어야 할 자리는 교회 목양실과 본당 앞쪽, 기도의 자리임을 봅니다. 그래서 요즘은 외부 목회자 모임이나 회의도 꼭 가야 할 곳만 가려고 무척 애를 씁니다. 목회자 모임을 가면 좋은 교제나 정보도 얻을 수 있지만, 때로는 영양가(?) 없는 회의나, 시간이 아까울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기도해 주십시오. 제가 있어야 자리를 잘 분별할 수 있도록~~, 목양 일념과 기도의 자리에 충분히 앉아 있기 위해 다른 모임은 거절할 수 있는 용기를~~, 필요하지만 궂이 안 가도 될 자리, 명예를 추구하는 자리, 인맥을 추구하는 자리에 가지 않도록~~. 요즘, 여러분은 어떤 자리에 주로 앉아 있는지요? 주님의 집 뜰 안에서 지내는 하루가 다른 곳에서 지내는 천 날보다 낫기에, 악인의 장막에서 살기보다는, 하나님의 집 문지기로 있는 것이 더 좋습니다(시84:10).